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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준백기, 영화합작 제출하려던 것...1 본문
2016 미생/백른
해준백기, 영화합작 제출하려던 것...1
hehlocx
2016. 4. 1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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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합작
무감각한 얼굴로 목을 죄던 넥타이를 조금 풀어낸다. 낮게 가라앉은 음울한 습기는 금방이라도 발목을 죌듯이 미적지근했다. 대차게 쏟아지는 장맛비사이로 번뜩이는 흰 줄기가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혔다. 1, 2, 3, … . 소름끼치게 하얀 빛줄기가 땅으로 제 몸을 감추고 나자, 마치 그를 좇는 놀이라도 하는 듯 온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쿠궁, 울렸다. 바닥에 대고 두어번 경쾌한 소리로 내리쳐진 검은색 장우산의 끝에서는 미처 털어내지 못한 빗물이 방울방울 모여 시냇물처럼 흘러갔다. 쥐색보다 조금 밝은 하늘, 떨어지는 비는 이 장마를 쉽게 끝낼 생각이 없는지 그 줄기가 굵었다. 주택가의 큰 빌라지만 어디에도 지나친 소음은 없다. 지나다니는 몇 없는 사람들의 질척거리는 발자국 소리. 그 마저도 철저히 혼자로 내버려두겠다는 마냥, 빗방울이 바깥방향에 내여있는 건물 외벽으로 세차게 제 몸을 박아댔다. 결국 빗소리에, 세상 모든 소리가 묻힌다. 개울처럼 물이 고이는 우산 끄트머리. 검은 구두에 튄 빗방울들이 제 알아서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얕은 물 웅덩이 위로, 거울에 비치듯 제 모습이 나타났다. 인상을 찌푸리며 우산 손잡이를 고쳐쥐고 다시 한번 우산 끝부분을 바닥에 튕기자 물방울들이 튀어내려 다시 구두코에 달라붙었다. 저 멀리서 조금씩 소리들이 돌아온다. 다가 올 미래를 예측해보려 그는 입술을 조금 핥았다. 혀에 닿는 습기. 제 손을 감싸는 습기. 여름 장맛비가 제 몸 속까지 축축히 적셔든다. 시간에 관계없이 시작된 허무. 회색으로 전염되어 조금씩 볼썽사납게 부풀고 갈라지는 마음 속에, 아주 작은 씨앗이 끼어있다. 희망으로 자라날 지, 절망으로 자라날지, 아직 그 끄트머리도 보이지 않는 씨앗은 그저 그 아래로만 뿌리를 뻗는데에 전념한다. 단단한 땅을 뚫고 나올 시간이 되어 그 실체를 알게되면, 이미 커져버린 뿌리에 그 자리를 도려내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그는 잠시 촉박하게 주어진 모든 일을 잊게 두고, 상념에 빠져든다. 철걱, 철걱,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그 1초마다 의미가 없거나, 혹은 의미가 있거나, 수없이 반복된 시간들이 떠오르고, 사라지고.
시간이 멈춘 것처럼 우두커니 서있는 뒷모습을, 마침내 누군가 알아보고 급하게 찾는다. 당신이 필요해요. 젊은 신부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상상과 회상으로부터 빼내어왔다. 군더더기 없는 승낙의 목소리와 이어지는 발걸음. 힐끔, 힐끔, 불안한 듯 자꾸만 시선을 보내는 신부의 눈치를 알면서도, 끝내 모른척 하며 묵묵히 내딛는 발걸음. 악마의 달콤하고 치명적인 속삭임에 현혹된 안타까운 소년의 울부짖음이 전해지는 그 곳으로, 그 소년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모든 이의 간곡하고 가련한 기도가 차마 입술을 벗어나지 못한 채 흘러가는 그 곳으로.
좁은 연립주택을 지배하는 퀴퀴한 냄새에 살짝 눈썹을 찡그린 젊은 신부는 문제의 집의 입구 앞에서 진언을 외는 스님에게 목례를 했다. 안색은 헬쓱했고, 입술은 창백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수많은 소리의 사이에서 해준은 발걸음을 옮겼다.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는 여자. 그의 모습을 가장 먼저 발견한 식구는 누나라 했던가. 해준은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하며 고리를 잡는 젊은 신부의 검은 머리통을 쳐다보았다. 열리는 문 틈으로 싸한 기운이 휘몰아쳤다.
***
이 일이 시작된 지도 벌써 4년이었다. 멀쩡하기 그지없던 평범한 일반인의 일상이 박살나고 찾아온 것은 남들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뿐이었다. 유품이랍시고 제 손에 쥐여진 고결한 은 목걸이의 무게를, 평범하게 회사에 다녔던 그 때의 해준은 몰랐다. 꽃이 화사하게 피워지던 이른 봄의 흐름,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던 해준에게 어렸을 때부터 늘 병원의 문턱이 닳도록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지내왔던 제 손윗누이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온게 그 즈음이었다. 해성이누나 죽었어. 자살했대. 고향에서 지내던 친구에게서 온 연락에 해준은 그저 멍청하게 핸드폰을 들고만 있었다. 부산스럽게 일을 중단하고 반차에 연차까지 써서 고향으로 내려간 것과 상반되게도, 장례식은 조용하고 조촐했다. 살아생전 그렇게 열심히도 다녔던 성당에서는, 그녀의 죽음이 그녀 스스로 택한 자살이라는 것 때문에 카톨릭식의 장례를 치룰 것을 거절했다. 앞 통로에서 들려오는 곡소리와 사람들이 떠드는 목소리는 소름끼치게 이질적이었다. 제가 겨우 출가를 할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쯤 부모님은 집에서, 병원에서, 당신들을 기다리던 자식들 때문에 눈도 감지 못하고 사고로 돌아가셨다. 한 마디로 장례식에는 부모님도 없었고, 때문에 친인척들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정신병원을 들락날락 거렸던 그녀답게 찾아올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10년도 넘게 그녀의 별난 벽을 받아주었던 그녀의 친구이자 애인, 그녀와의 안면이 있으면서 저를 위로하려 찾아온 고향 친구들 몇 명, 그녀와 친하게 지냈던 또래의 간호사 두 명, 평소 그녀를 가엾게 여기시던 신부님 한 분. 이렇게 단 몇 명뿐인 인간관계를 가진 그녀와, 별 다를 것 없는 자신을 생각하며 해준은 아직 그녀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했다. 저 대신 그녀의 첫사랑이자, 끝내 마지막 사랑이 되어버린 이가 서럽게 울어댔다. 해성아, 해성아. 왜 그렇게 갔어. 아득하게 들리는 듯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해준은 환히 웃는 영정사진 속의 제 누나만 바라봤다. 이렇게 금방 그리워 하는 사람이 존재하는데 왜 그렇게 빨리도 세상을 떠나버렸는가. 해성아, 해성아. 울음소리가 귀를 가득 채웠다. 그것이 영 현실감각이 없어, 해준은 눈을 감았다. 금방이라도 저를 잡고 웃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풀어댈 것만 같은 얼굴이, 다 큰 동생 앞에서도 제 애인에게 짖궂은 농을 걸고는 했던 그 얼굴이 나타날 것 같았다. 해준은 다시 눈을 떴다. 여전히 제 눈 앞엔 이제 사라져버린 그녀의 웃음이 담긴 사진 뿐이었다. 해준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꽃 피는 봄에, 꽃 피는 청춘의 나이로 단 하나뿐인 피붙이였던 그녀가 그렇게 해준을 떠났다. 아직 어리다 하면 어리다 할 수 있었던 스물 여섯, 해준이 사랑했던 이들은 전부 떠났다. 늘, 그 이른 봄에.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인다고 말했었다. 저기에 귀여운 여자애가 있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손가락이 뻗어진 곳에는 노을이 걸린,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아 늘어진 줄과 차가운 철봉의 그림자만을 길게 비추는 그네가 있었고, 누가 자꾸 울고 있어, 그렇게 말하던 곳은 그녀 혼자만이 나와서 통화하는 병원의 휴게실이었다. 정상적인 가족 중에서 혼자 별난 것은 제 누이였다. 지극히 평범했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당연히 그녀를 데리고 정신병원을 다녔다. 늘 예쁜 웃음을 짓고 다니던 그 얼굴에서는 해준이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갈 때부터 점점 환한 빛이 뜸해졌고, 종래에는 울음조차 비추지 않았다. 나았다고 생각해서 그녀를 집에 데려다 놓으면 그녀는 제 발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기를 자처했다. 해준아, 너도 보이지. 초점 잃은 눈으로 제 팔목을 간절히 잡으며 물어오면 해준은 늘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해준아, 너도 들리지.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힐듯 애타는 표정으로 그녀는 아무런 답도 내어줄 수 없는 해준에게 간절히 애원했다. 그 때 다른 대답을 했더라면 그녀는 살아있었을까. 남들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것들을 향해 너무 불쌍하다며, 너무 안타깝다며 눈물을 흘렸던 그녀는 절대로 자살따위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일생의 절반을 정신병원에서 지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똑똑하고 생기있는 사람이었다. 그것만은 과거라는 빛에 바래어지지 않고도, 추억이라는 미화에 기대지 않고도 오롯이 기억했다. 해준이 기억하는 그녀는 이제 겨우 스물이 넘은 제가 너무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의 부재로 인해 힘들어할 때 비록 다른 이의 눈에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남들이 정신병자라고 손가락질을 했다고 해도, 가장 의지할만한 사람이었다. 어휴, 강해준. 아직도 멀었네. 꺄르르 웃으며 집안일에도 서툴고 인간관계에도 서툴었던 해준이 망쳐놓은 것들을 하나하나 바르게 이끌어가던 그녀는, 그래, 어렸을 때부터 해준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모습이었다.
제 손에 쥐여진 십자가 목걸이. 제 누이의 옷가지와 생활용품들을 정리하고 나니 남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준 것도 많고, 받은 것도 많았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나고보니 남는 것이라곤 이것 뿐이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가까워진 무렵에서야 해준은 제 누이의 부재를 실감했다. 울어도 돼.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던 과목의 시험점수에 실망해서 눈물을 꾹 참고 돌아온 초등학생의 해준에게 같은 초등학생이었던 누나가 그렇게 말했다. 그 때의 그 말이 스물 여섯의 해준에게 들렸다. 그 때처럼 소리를 내서 울지도, 누군가의 품에 안기지도 않았지만 해준은 십자가 하나로 제 가족의 부재를 깨닫고, 제 가족의 위로를 받았다. 그 때부터였다. 제 누이가 말했던 그 모든 것이 제게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밤이면 제 목을 조아드는 작은 목소리들, 보고도 믿기힘든 타계한 자. 어느 날, 해준은 제 누이가 다녔던 성당의 고해성사실에 들어갔다. 제게도 들립니다. 누나가 보았던 것들이, 제게도 보입니다. 아무도 없는 반대편의 밀실과 듣는 이 없는 고백. 해준은 이렇게 몇 번이고 성당을 다녔을 제 누이를 생각했다. 자살할 사람이 아닌데. 맞벌이하는 부모님의 보살핌 대신 어린 날의 자신을 달래어주고, 가끔은 자신을 무섭게도 만들었지만 그 누구보다 여린 탈을 쓰고 강직하게 자신이 가진 전부를 지켜나갔던 누나. 해준은 은줄을 목에 걸었다. 무엇부터 해야할 지는 전혀 몰랐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이제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
해준은 성당의 문을 바라보았다. 들어가기 전에 마주하는 웅장한 성당의 문은 비추어지는 위엄만큼이나 무거웠다. 그 문 앞에 서서 주춤거리게 되는 이유를, 해준은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 지 오래였다.
“ 신부님. ”
“ 오랜만에 뵈어보는군요, 형제님. ”
자애로운 눈길로 돌아선 늙은 신부가 딱딱한 얼굴을 하고 서있는 해준을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상태로 굳어있는 해준의 얼굴을 확인하고나서 그는 방금 전까지 정리하고 있었던 책들을 다시 집어들었다. 해준의 시선이 책장에 꽂히는 책들에 꽂혔다. 성경과 종교적인 책들. 그것을 믿는 것이 과연 얼마만큼의 도움이 될까. 해준은 검은색 코트 주머니에 제 왼손을 찔러넣었다. 목에 채워지지 않은 대신 주머니에 들어 차있는 목걸이가 무거웠다. 제 손에 닿는 무디지만 날카롭게 느껴지는 십자가의 한 면을 만지작거리며, 해준은 고개를 떨구었다. 우리가 약한 것은 죄가 아닙니다. 책을 책장에 꽂아넣으며, 신부는, 우두커니 서있는 해준에게로 눈길을 주는 대신 책을 건네었다. 해준은 순순히 그 책을 받았다. 이게 뭡니까. 억양없이 흘러나오는 매끄러운 해준의 목소리를 듣고 그는 그저 인자한 웃음소리를 냈다. 해준은 등을 보이는 신부의 모습만 빤히 바라보다가, 책을 팔에 끼고 성당의 조금 더 안쪽으로 발길을 틀었다.
“ 결국 오셨네요. 이유없는 악의가 오전부터 느껴졌지 말입니다. ”
“ … . ”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표현해낸 큰 동상의 아래로 회색의 날개가 해준의 신체보다도 더 크게 펼쳐있었다. 곧 뒤에 있는 인기척을 알아챈 날개의 주인이 고개를 돌려 해준을 보곤 웃었다. 그 크나큰 날개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사라진 날개 대신 사람의 몸이 우뚝 서있었다. 여전히 똑같은 얼굴을 가진 그는 고작 스물처럼 보였다. 그러나 해준은 그가 얼마나 오래전부터 이 곳에 머물러 왔는지 알았다. 한 석율. 그것이 그의 이름이었지만, 해준은 그 이름을 단 한번도 불러본 적이 없었다. 그 이름은 제 가족이 불렀던 것으로 충분했다.
“ 자살한 사람은 천국을 갈 수 없어요. 잘 알지 않습니까. 직접 보기도 하신 분이. ”
석율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말했다. 그 뚫어져라 보는 시선에 문득 화가 치밀어 오른다. 녹빛과 섞인 호박색의 동공이 그의 존재를 여실하게 알렸다. 해준은 멱살이라도 쥐고싶은 충동에 사로잡혔지만, 그런 해준의 생각을 알아챈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널찍이 자리를 피할 자세를 취하는 석율의 모습을 보며, 그저 눈썹만 찌푸릴 뿐이었다. 무엇을 기대하고 온건가 싶어 다시 뒤돌아서서 예배당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해준의 뒤에서 석율의 말이 낮게 울렸다. 하지만,
“ … 한 번 더 기회가 생겼다면, 잡아 보실래요? ”
해준의 걸음이 멈추었다.
합작으로 제출하려고 했던 글. 가장 처음에 썼던 글.
합작 신청하자마자 썼던 원래 합작용 글....
플롯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플롯대로 끝까지 끝낼 자신도 없었고, 왠지 글이 늘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음. 본인이 읽기에 재미없는 글인 것 같았음....사실 지금도 그럼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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