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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x

[종수석율/정구석율] roads 1 본문

2016 미생/율른 겸 자공자수

[종수석율/정구석율] roads 1

hehlocx 2016. 5. 14. 01:06
노래 자동재생. pc버전 추천드립니다.











































 “운명을 믿냐, 넌?”








 입술 사이로 하얀 연기와 함께 뜻을 알 수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어. 종수는 바로 대답했다. 끝없이 피워대던 담배를 재떨이에 지져 끈 석율이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종수는 뒷모습을 보이는 석율의 등을 쳐다봤다. 멍하게 천장 어딘가를 주시하는 석율에게서 특유의 옅은 과일향이, 오전부터 입고 돌아다녔던 셔츠의 희미한 세제냄새가, 그리고 아까 전부터 줄줄이 피워댄 독한 담배냄새가 났다. 석율은 종수가 담배를 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꼴에 모범생이라고. 또한 종수가 석율이 담배 피는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석율이 담배 피는 모습을 보자면 꼭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석율은 그런 종수를 배려해 여태껏 종수와 만날 때는 담배도 잘 피우지 않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자신의 자취방에 종수를 불러다 놓고는 30분여간 내내 말도 없이 담배만 피워대며 말 한마디 걸지 않았다. 그런 석율의 입에서 그 세 마디가 튀어나왔을 때, 종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석율이 침대 아래로 내렸던 발을 올려 이불 속으로 넣었다. 차가운 석율의 발이 종수의 다리에 닿았다. 종수는 모른척 조금 움직여 석율의 허리를 둘러 안았다.


 “무슨 일인데? 운명의 상대가 너 싫대?”


 석율이 종수를 돌아보며 웃었다. 마치 어린 동생이 칭얼거리는 것을 보는 형의 모습같은 얼굴이었다. 종수가 가장 싫어하면서도 좋아하는 얼굴이었다. 어린 취급하는 그 모습. 약간 쳐진 눈썹, 도톰한 애교살을 보이는 눈, 조금 말려올라간 입꼬리. 석율은 자연스럽게 허리에 둘러진 종수의 팔을 침대 위로 얹었다. 그리곤 말없이 일어나 셔츠와 바지를 벗어냈다. 종수는 석율을 훑었다. 저번보다 살이 빠졌네. 혼자 속으로 중얼거린 종수는 석율이 옷가지를 챙겨들고 욕실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끝까지 쳐다보다가, 도로 누웠다. 씨발.





 진짜 씨발이었다. 종수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뒤늦게 후회했다. 석율이 그 동안 좋아한 존재가 누군지 알았다. 그 상대가 얼마나 개자식인지도 알았다. 그리고, 왜 자신을 불렀는지도 알았다. 그 새끼가 뭐가 좋아서? 종수는 이불을 끌어와 덮었다. 석율의 냄새가 가득했다. 벽 너머로 들려오는 물 소리. 종수의 머릿속에 떠오른 상대는 단 한 명 뿐이었다. 자신의 배다른 형제.











*








 때는 끈적끈적한 여름이었다. 종수는 자신의 방에 있는 것을 꽤나 좋아했다. 좋아하는 박하향이 늘 옅게 배어있는 것도 좋았고, 외우려고 붙여둔 수학이나 물리의 공식이 이리저리 나뒹굴어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좋아했다. 취향은 아니지만 틀면 나오는, 80년대 팝이 가득 들은 MP3도 좋아했다. 종수는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거나 영화보는 것을 좋아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잖은 것으로 말싸움을 할 때에는 음악의 볼륨을 조금 높게 틀었다. 그리고 그 자식이 찾아왔다.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그 녀석을 달고 들어왔다. 충격받으신 어머니가 한동안 몸져누웠다. 어머니의 할 일을 모두 그 녀석이 맡았고, 어머니를 간호했다. 진짜 아들인 나와 다르게 그 녀석은 어머니를 돌볼 줄 알았다. 경계하는듯 하던 어머니는 그 녀석의 행동이 퍽 감명을 받으신 것 같았다. 무뚝뚝하고 새벽같이 나가 밤 늦게 들어오시는 아버지와 늘 제 방안에서만 박혀 밥 먹을 때 조차도 얼굴을 잘 보이지 않는 아들 사이에서 늘 외로우셨던 어머니는 어느새 엮여왔던 그네들과는 딴판이며 말도 잘 들어주는 그 녀석에게 더 정이 쏟아져 있었다. 나는 그 녀석을 싫어했고, 그 녀석은 나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어머니의 앞에서만 신경쓰는 척 했다. 그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있었다. 그런 녀석과 같이 다니는 사람이 단 한 명 있었다. 서글서글하게 웃는 인상. 뺀질뺀질한 얼굴. 그리고 그에게서 늘 풍겨오는 달달한 향.


 네가 정구 동생이야? 진짜 잘생겼다, 너.
  웃으며 말하는 그 얼굴에 홀렸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달콤한 향으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종수는 그 향을 좋아했다. 누구에게도 나지 않고 오직 석율에게서만 나는 그 향. 석율은 집을 자주 놀러왔다. 창고처럼 쓰이던 한 방이 어머니의 자비와 정으로 정구의 방이 되었다. 정구의 체취가 가득 들어찬 그 방에는 늘 석율이 따라 들어갔다. 종수는 가끔 문을 살짝 열어두어 정구를 따라 들어가는 석율의 모습을 찰나일지라도 바라보곤 했다. 종수는 석율의 시선에 들고 싶었다.